서유라의 책은 범주화된 시대의 시간성과 그 지층을 내재하고 있다. 책 표지의 디자인적 요소인 이미지와 텍스트는 형상이 구축하는 세계를 말하며, 이마고와 재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탕을 묘사하는 이흠은 추상과 극사실적인 표현 기법 사이에서 물질과 비물질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 낸다. 사진보다 더 실재 같은 재현을 추구하는 배민영은 나열된 수많은 도자기의 이미지로 욕망과 소비의 사회와 자신의 일상을 재구성한다. 김시현은 보자기라는 소재를 대하며, 대상의 변형을 시도하면서도 그것이 소중한 기억이자 포용의 상징이라는 변하지 않는 의미를 짚어 나간다. 정해윤은 박새와 서랍을 통해 개별적인 것과 전체적인 것의 가치를 말한다. 하나하나의 서랍은 각각의 소실점을 가지며 존재하는데, 그것이 모이고 어우러져 전체 화면을 이루는 것이 경이롭다. 서랍에 놓인 박새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드는 작가의 또 다른 자아이고, 박새와 서랍은 정해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단서이다. 실재와 환영과 같은 회화의 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소재를 통해 그 너머의 확장된 세계와의 만남을 제안하고자 한다.
- 정희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